애플 본사로 날아간 CEO들…삼성·LG '4조 승전보'

입력 2024-03-05 18:21   수정 2024-03-13 16:49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핵심 납품처인 TV와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것과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다. 작년 4분기엔 전략 제품으로 밀었던 폴더블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중국 BOE에 점유율 1위(42%)를 내주는 굴욕도 맛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돌파구로 삼은 건 태블릿PC와 노트북용 OLED 시장. 현재 판매되는 대다수 제품에 액정표시장치(LCD)가 장착된 만큼 향후 OLED로의 전환 가능성이 큰 데다 스마트폰용 패널보다 4~5배 넓어 수익성도 좋기 때문이다.

승부수는 통했다. 이르면 이달 선보일 애플의 차세대 태블릿PC인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될 OLED 물량 전량을 두 회사가 싹쓸이한 것. 산업계에선 까다롭기 그지없는 애플을 뚫은 만큼 국내 기업들이 노트북과 게임용 모니터 등 다른 중형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고 영토를 불려 나갈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삼성과 LG ‘공동 승리’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용 OLED 수주전은 치열했다. 삼성과 LG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우리 회사에 물량을 더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께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 패널 일부를 공급하고 있는 BOE의 참전 사실이 전해지며 자칫 새로운 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결과는 삼성과 LG의 공동 승리였다. 대각선 길이 11인치(28㎝)용 OLED 400만 장은 삼성이, 12.9인치(33㎝) 450만 장은 LG가 공급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제시한 패널 가격(11인치 290달러, 12.9인치 390달러)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총수주액은 29억15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6세대(가로 1500㎜, 세로 1850㎜) OLED 라인에서 애플 공급 물량을 양산한다.

업계에선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중형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태블릿PC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올해 1210만 장에서 2027년 2730만 장으로 125.6%, 노트북용은 510만 장에서 2940만 장으로 476.5%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은 이 시장을 잡기 위해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들여 8.6세대(가로 2250㎜, 세로 2600㎜) OLED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OLED 면적이 커지면 그만큼 더 많은 패널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8.6세대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만큼 투자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음 경쟁은 XR용 올레도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눈은 이제 ‘미래 먹거리’로 꼽은 확장현실(XR)용 디스플레이에 꽂혀 있다. 삼성과 LG 모두 올레도스(OLEDoS)에 주목하고 있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화소 크기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구현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다. 우표 크기에 4K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에는 소니의 올레도스가 적용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연내 출시 예정인 XR 기기용 올레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LG전자와 메타가 내년 초 선보일 프리미엄 XR 헤드셋에 올레도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시제품 생산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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